(잡담) 파고들다
 
파고들다....
어디로?
땅 속으로.... ㅠ.ㅠ

3월이 시작되면서 우울함도 함께 찾아왔다. 난 추운 게 싫다. 추위는 못참고 그래서 겨울이 싫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3월은 아직 춥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3월 한달은 가장 바쁜 달이다. 하루종일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 있다. 한달동안 바짝 정신없이 일하면 4월부턴 쪼끔 나아지지만 어쨌든 내게 3월은 쥐약이다. 꼭꼭 챙겨서 걸리는 환절기 목감기도, 꽃샘추위도...

1년을 쉬다가 다시 시작하고 보니 실수연발에 어리버리.... 일을 두 배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자체가 몹시 짜증이 난다. 난 어설픈 완벽주의자라서 내가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못견디고 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준다. 그나마 완벽주의자라지만 일처리를 완벽하게 하는 건 아니라서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기다 난 모든 일에 느린 편이다. 상황 판단도 느리고, 반응도 느리고, 일처리도 느리고, 하다못해 밥먹는 것도 느리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말하고....
암튼 느리다 보니까 내 마음대로 일처리를 빨리 하지 못해 조바심이 난다. 짜증도 난다.
요새는 이런 짜증스러움의 연속인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이틀 전엔 내 생일이었다.
하도 바빠서 생일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뻔...(?) 하지는 않았고(사실 생일 되기 며칠 전부터 식구들이 하도 상기를 시켜줘서 잊지 않고 있었다) 그냥 덤덤하게 지나갔다.
아침에 미역국도 못 얻어먹고, (엄마는 바로 전날까지 내 생일이 다음날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파티를 할까 즐겁게 계획을 세우고 계셨다. 그런데 정작 생일날 아침 밥상 앞에 앉아서 "생일인 줄 깜박하고 미역국을 안 끓였네!" 하고.... -.-)
하루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난 추운 겨울 만큼이나 비를 싫어한다.)
가볍게 애들한테 신경질 한번 내 주고, (체육을 안 하느냐고 물어보길래 황사비 맞으면서 체육 할 거냐고 사정없이 야려 주었다)
일은 해도해도 오히려 늘어났다.
오후에 매우 추운 문서고에서 덜덜 떨면서 등사를 하고 있는데 무척이나 오랫만에 지인에게 전화가 와서 반갑게 받았는데 (내심 생일인 줄 어떻게 알았지? 하고 김칫국 마시다가 일 얘기를 하는 바람에 김샜다. 하긴, 나도 그 지인의 생일 챙겨 준 적 없었는데 뭐 새삼스럽게.)

그래도 생일이라고 축하해주고 챙겨주고 선물 안겨주고 하는 친구들, 지인들, 가족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젤로 기뻤던 선물은 홍단이 준 책이랑 예쁜 티.
북한관련 글 쓴다구 하니깐 북한을 방문했던 프랑스 만화가가 그린 만화를 줬다. 너무 기뻤다...! 선물도 고마웠지만 내 생각 해주고 세심하게 챙겨 주는 그 마음이 더 고마웠다. (한결같은 홍단...!)


요새는 매너리즘일까... 아니면 권태기일까... 아무튼 그런 감정에 빠져서 산다.
선배들 말 들어보니깐 5-6년차쯤 되면 그럴 때가 온다고 그러더라. 모든 일에 시들하고 지겹고 권태로운... 그런 상태.
내가 요새 딱 그 상태다.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
음... 내가.... 정열적으로 뭔가에 빠지지 않았던.... 그 때부터 난 지겨웠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노는 것에 빠졌고, 중학교 땐 선생님을 좋아했었고, 고등학교 땐 로맨스소설에 빠졌고, 대학교 땐 연애에 빠졌다. 연애를 끝내고 나선 공부를 열심히 했었고, 다시 로맨스 소설에 빠졌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로맨스 소설을 썼고, 직장에 다니면서는 지오디를 좋아했다. 몇년 간 정말 홀랑 빠져서 콘서트를 다니다 그걸 그만두고 나서는 다시 공부를 했다. 그게 바로 작년 일이다. 석사도 땄고, 작년에 새로 배우기 시작한 pop자격증도 땄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물론 직장에 다니고, 학원도 다니고, 공부도 하고, 소설도 쓰고, 여가생활도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그 중에서 어떤 일에도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홀랑 빠져버린 일이 없다. 없다. 없다. .....  왜 없을까?
그리고 난 무척 우울하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인생이.......

연애를 해 볼까? 아님 결혼? 하지만... 심심하다고 해서 결혼을 할 순 없는 일이고.
직장 확 때려치우고 여행이라도...? 그치만..... 그럼 돈은 어케 번다고.....

이상한 일이다. 내가 뭔가에 빠져 있지 않다는 그 사실 자체가 이상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난 늘 뭔가에 깊이 빠져 있었는데.
하아............................


by 서진우 | 2006/03/18 21:33 | 잡담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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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지누 at 2006/03/19 19:22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과 현재 보이는 자신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시는 중인가 봅니다? 주변에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어떤 자극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 이 상황이 지속되거나 아니면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에 대한 정의가 바뀌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그 상황이거든요; 뭐 생활이 재미없으면? 재밌게 만드러봐야지요!!!
PS. 남들이 아는 서진우님과 실제 앞에 보이는 서진우(물론 본인)가 다르다는 이유로 큰 괴리감을 느낀 사람을 봤습니다.
Commented by 서진우 at 2006/03/22 20:07
네.. 지누님도 비슷한 상황인가봐요.. 저는 계속 좀 우울하긴 한데 나름 탈출구를 찾아보려고 노력중이에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중이구요. 아무래도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겠죠. 아.... 뭔가 색다른 것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생각해봐야죠. ^^;; 지누님도 좋은 쪽으로 풀어나가시길 빌게요..
Commented by 홍단 at 2006/03/24 02:06
나도 한때 내가 느끼는 나와,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에 대해 괴리감을 느껴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오. 나는 없고 가짜만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았지. 내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융'에 대한 책을 보게 되었데 거기에서 '페르소나'(가면)를 알게 되었소, 밖에서 보여지는 나와 안에서 스스로 느끼는 나, 내가 세상 밖에 내놓은 나의 다른 얼굴. 페르소나.
충격이었소.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용어로 정리되어 있다니..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유독 나만이 겪는 고민은 아니고 누구나가 겪는 일반적인 고민이라는 것에 안심했소. 정신병은 아닌 것이오. 자아가 커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라하오.
의식이 무의식과의 접촉을 시도한다나.. 이건 다른 이야기였나? ;;
아무튼 가면이든 자아든, 둘 다 버릴 수 없는 나라는 것.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가면도 몇 개는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면 비로소 편안해진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소. 두 분께.
뭐 고민되는 동안에는 많이 고민하시오. 모두 약이 될 것이니..
환절기라오 건강들하시오.
Commented by 서진우 at 2006/03/24 22:47
우웅... 그렇구나.. 가면이라. 하긴 살면서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나 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얼굴로 대하게 되는 것 같아. 정말 가면을 번갈아 가며 쓰는 듯한...
암튼 고마워...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위안이 되는군.. 당신도 감기 조심하시오. 아참.. 감기걸렸댔지... 빨리 쾌차하길 바라고.. ^^
Commented by 캐산 at 2006/03/29 09:42
너만큼 바쁘고 시간을 알차게 보낸 사람이 어디있다고. (그럼 난 어떻게 해...ㅠㅠ)내가보기엔... 네 열정은 여전히 뜨거운 것 같아. 하지만 네 스스로를 너무 태워버려 조금 지친것 뿐이지. 열정의 재충전, 아니 너를 재충전 하기위해 따뜻한 봄햇살과 시원한 봄바람의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다가올 4월에는 세상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래^^*

그리고...난 너를 보면서 반성 많이 하고 간다... 우어~ㅠㅠ
Commented by 서진우 at 2006/03/30 20:08
어.. 좋게 봐주니 고마워... 지치긴 지친 것 같다... 날이 좀 따뜻해 지면 더 나아질거라 생각하고 있어. 겨울을 많이 타는 편이라서...
^^ 곧 4월이구만.. 너두 여유롭고 즐거운 나날 보내길 바래..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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